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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올드하거나 클래식하거나

전설의 국산 고성능 차, 르망 이름셔편

국내 자동차 시장에 진출했던 차량 중, 전설적으로 묻혀간 수많은 모델이 있다. 그중 고요했던 한국의 도로에 고성능 스페셜티카를 내세워 요란하게 등장한 대우자동차의 르망 이름셔가 있다. 당시 파격적인 에어로파츠와 고성능 엔진 적용을 통해 국산 모델의 최초 고성능차로 거듭났던 이름셔는 불운의 자동차이기도 하다. 



르망 이름셔

르망 이름셔는 소형차인 르망의 작은 차체에 120마력짜리 2.0L TBI 엔진을 얹은 차량이었다. 고성능 심장을 가진 이 차량은 동시대에 출시된 스포츠 쿠페였던 현대자동차의 스쿠프와 비교되곤 했다. 97마력에 불과한 스쿠프를 생각해보면 엄청난 고성능 파워트레인을 갖춘 차량이었다. 또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전용 레카로 시트는 엄청난 메리트였다.   


르망은 당시 GM의 월드카 개념으로 탄생한 오펠의 카데트를 베이스로 한 차량이었다. 오펠을 비롯한 GM 브랜드의 전담 튜너로 활동했던 '이름셔'는 르망 임팩트를 철저하게 다듬어 르망 이름셔의 타이틀을 내세워 출시한 차량이다. 



이름셔의 탄생

이름셔는 1968년 독일 비넨델을 기점으로 설립된 자동차 튜너의 브랜드이다. 창업자인 귄터 이름셔(Gunther irmscher)는 랠리 드라이버이자 정비공이었다. 그의 이름을 본떠 브랜드 명이 이름셔라 칭해졌다.   


그는 오펠 전담 튜너로써 이름을 널리 알리기도 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쉐보레나 캐딜락, 사브와 등 GM 계열 업체들의 튜닝을 맡기기도 했다.  

   

이름셔는 전문 자동차 튜너답게 팩토리 팀도 운영해왔는데 'Ascona B i400'랠리, 벡트라 투어링, 아스트라 DTM과 오메가 V8 스타 시리즈 등, 유럽 및 독일 자동차 레이스 대회에서 오펠 관련 차량 팩토리 팀을 운영하며 오펠과의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이름셔는 포르쉐의 에어로파츠(차량의 범퍼에 장착되어 주행 시 공기의 저항을 줄여주는, 후면 범퍼와 옆 발판 하단에 장착되는 것)를 생산하기도 한다.  


대우자동차는 1986년 오펠 카데트(Kadett)를 기반으로 한 르망을 출시했다. 이어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르망의 이미지를 이끌어갈 모델이 필요했다.  1991년 오펠 카데트에 적용되던 이름셔의 튜닝 부품을 그대로 장착해 르망 이름셔로 판매하기 시작한다.  



이름셔의 '위엄'

대우자동차의 첫 전륜구동 승용차인 이 차량의 성능은 굉장히 뛰어났다. 소형차인 이름셔는 2리터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120마력을 가졌으며 최대토크 19kg.m의 성능을 발휘했다. 최고출력 97마력을 가진 스쿠프보다 월등히 뛰어난 성능을 가졌다.   


또한 알려진 바로는 시속 100km까지 도달 시간이 9.2초에 불과했으며, 최고속도는 시속 185km에 달했다. 당시 소형차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성능을 갖춘 차량이었다.  


르망 이름셔는 기존의 르망이 1.6리터 엔진을 디튠해서 출시된 것과는 다르게 2리터의 배기량을 가졌으며 값비싼 제품으로 무장된 하체로 뛰어난 코너링을 가졌기 때문에 도로에서 이 차량을 이길 대한민국 차량은 없었다.   



이름셔의 운명

그러나 아쉽게도 이름셔는 이름조차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사라지고 말았다. 당시 대중들에게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름셔의 존재는 시기상조였으며, 우리네 현실에서는 지나치게 파격이었다.  


가격도 비쌌다. 당시 소형차로는 상상할 수 없던 수준의 가격인 1,200만 원으로 판매되었는데, 중형차 풀 옵션과 같은 가격이었다. 때문에 가격적인 메리트도 없었고, 현대 아반떼 스포츠가 쏘나타 풀 옵션과 가격이 같았다면, 요즘과 같은 시기라고 해도 성공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1년 동안 250대가 팔렸는데, 현재는 국내에 5대 미만이 국내에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2010년도 초반에는 천만 원이 넘는 가격에 중고로 거래되기도 했다.  


여담으로 배우인 최민수 씨가 이 차의 오너로 알려져 있으며, 자동차 마니아이자 레이서였던 류시원 씨도 이차를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