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테마/올드하거나 클래식하거나

과장광고의 끝판왕, 911보다 빨랐던 엘란트라

현대차가 전륜구동 해치백인 i30를 출시하면서 후륜구동 모델에서나 가능할 법한 드리프트 광고를 내보냈다. 과장광고라고 시인했으면 깔끔히 마무리될 일이었지만, 끝내 신차발표회 현장에서 프로 드라이버 선수들을 데려다 드리프트를 시연했다. 당연히 결과는 처참했고, 비난은 더 거세졌다. 당연히 악화된 여론은 판매량에도 큰 영향을 끼쳤고, i30의 국내 판매량은 처참한 수준이다.

 


그러나 i30의 과장광고는 그만하면 애교다. 이미 현대차를 비롯한 국산차 제조사들은 과장광고를 수도 없이 했는데, 엘란트라는 아우토반에서 911보다 빨랐다. 영상 속에는 세계적인 명차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나레이션이 깔리는데, 심지어 911에 탑승하고 있던 운전자가 엄지척을 하기도 한다. 과연 가능했을까?

 

엘란트라 1세대는 1990 10월에 출시해서 1993 4월까지 판매됐었다. 지금으로 치면 아반떼의 조상격 모델이며, 스텔라의 대체 모델로 개발됐다. 디자인도 현대차가 자체적으로 했으며, 92년도와 93년에는 국내에서 최다 판매를 기록한 차량이기도 하다. 파워트레인은 1.5리터 가솔린과 1.6리터 가솔린 두 가지를 사용했는데, 각각의 출력은 90마력, 126마력이었다. 변속기는 4단 자동과 5단 수동 조합.

 


그렇다면 911의 성능은 어느 정도였을까. 엘란트라 광고에 등장한 모델은 911 중에서도 가장 고성능인 911 터보로 추정된다. 9112세대 터보는 3.3리터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320마력을 발휘했다. 출력만 따져봐도 3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엘란트라가 따라갈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 아니다.

 


만약 영상 속 차량이 911 터보가 아닌 964 카레라 쿠페라고 하더라도 227마력의 최고 출력에 5.5초의 가속성능(0-100km/h)을 기록했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과장광고였다고 할 수 있다.

 


엘란트라에서 1.6리터 가솔린 엔진을 장착해 126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했던 모델이 엘란트라의 고성능 버전이었다. 92년도에 또 다른 광고 영상을 선보였는데, 1.6리터 4기통 모델의 배기음이 예사롭지가 않다. 과연 엘란트라의 배기음이 맞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과장광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또 다른 광고에는 휴머니즘이 등장한다. 그런데 32초짜리인 이 광고를 수 없이 돌려봐도 엘란트라와 휴머니즘과의 상관관계를 알 수가 없다. 뜬금 없는 내용과 영상은 끝까지 휴먼 터치 세단이라는 황당한 멘트로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