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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특징 없는 게 특징, 현대 쏘나타 하이브리드 시승기

현대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 차량들이 보급되던 초반 국내 하이브리드 시장을 이끌던 모델이다. 하지만 이제는 현대차만 하더라도 아이오닉과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있고, 기아차에도 K5, K7 하이브리드에 이어 니로까지 다양해졌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영향력은 과거보다 작아졌다. 또 중형세단 시장에서도 르노삼성 SM6와 쉐보레 말리부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어떤 모습으로 소비자들에게 돌아왔는지 살펴본다.

   



기본적인 디자인은 가솔린 모델과 같지만, 디테일한 요소들에서 차별화를 보인다. 파란색 앰블럼은 다시 검은색으로 바뀌면서 일반 모델과 같아졌다. 대신 헤드램프 테두리에 파란색을 넣어서 하이브리드 차량만의 이미지를 부여했다. 또 라디에이터 그릴도 일반 모델과 같은데 공기역학적인 면을 개선하고, 색다른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해서 그릴 내부 디자인을 바꾸거나 내부에 그릴 셔터를 달았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휠은 16인치와 17인치 두 가지로 준비되는데 시승차에는 17인치 휠이 장착되어 있다. 17인치가 보기에는 더 낫지만, 연비를 중요시하는 운전자라면 굳이 17인치 휠보다는 16인치 휠을 더 권장한다. 휠에 따라 복합연비가 0.6km/l의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테일램프는 클리어 타입으로 바꿨는데, 클리어 타입으로 바꾸고 나니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의 테일램프와 더욱 비슷해 보인다. 람보르기니를 생각에서 지워버리더라도 디자인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 굉장히 세다. 가솔린 모델에서 범퍼 하단에 있던 머플러는 블랙 하이그로시로 막아서 고급스럽게 처리했다.



시승차의 실내는 블루다. 하이브리드 전용 컬러가 선택됐다. 그런데 시승차처럼 브라운 계열 컬러의 외관과 블루 컬러의 실내는 정말이지 납득하기 어려운 조합이다. 차라리 외관이 무채색 계열의 그레이나 블랙 아니면 화이트만 되었더라도 훨씬 세련되어 보일 수 있었을 텐데, 이런 조합은 상당히 생뚱맞으니 피하는 것이 좋겠다.




시트 다음으로 가솔린 모델과 많은 차이를 보이는 건 계기반이다. 왼쪽 클러스터는 엔진 회전수를 알려주던 역할을 했으나 하이브리드에서는 충전과 에코, 파워 등으로 나뉜 하이브리드 전용 클러스터가 배치된다.

   


현대차도 요즘 감성과 인체공학을 강조하고 있긴 하지만, 쏘나타 하이브리드에서는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문 하나에 손잡이가 두 개나 배치되면서 공간을 잡아먹고, 창문을 조작하는 버튼이 뒤로 밀리면서 팔도 함께 뒤로 꺾여 포지션이 이상해지고, 결국 창문 조작을 실수하는 일도 잦았다. 또 센터페시아 버튼들도 그럴싸해 보이게 디자인됐지만, 조작감은 안타까울 정도다. 프리미엄 브랜드 감성까지 바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저렴한 느낌이다.



그래도 실내 공간이나 트렁크의 수납력은 굉장히 만족스럽다. 미니벨로 2대를 거뜬히 적재할 수 있을 정도로 수납공간이 넓다. 이런 수납이 가능한 것은 배터리를 스페어타이어 대신 트렁크 바닥에 넣었기 때문. 발상 자체도 좋지만, 하이브리드에서 이렇게 넓은 수납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자체가 새삼 놀랍다.


시동을 켜도 당연히 조용하다. 하지만 날이 더워서 에어컨을 작동시켜 두니 금세 엔진이 돌아간다. 바깥에서 듣기에는 갑자기 소음이 커지니 어색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계속 엔진이 작동하는 것도 아니고, 필요할 때만 잠깐씩 작동돼 크게 신경 쓸 부분은 아니다.



출발을 하면 모터가 먼저 부드럽고, 가뿐하게 밀어준다. 모터는 51마력의 최고출력에 20.9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기 때문에 저속 주행을 담당한다. 특히 막히는 도심에서 전기차처럼 조용하고, 편하게 주행하면서 연료 소비도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물론 고속주행 시에도 일정 속도를 유지하면 모터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엔진에 힘을 보태고, 연료 소모를 줄여준다.



엔진은 모터의 힘이 부족할 때 작동한다. 예를 들면 급가속 시, 언덕 주행 등의 상황이나 혹은 스포츠 모드로 주행할 때도 엔진 소음이 크게 들려온다. 2.0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19.3kg.m을 발휘하는데, 가솔린 모델보다 출력이 7마력 낮고, 토크도 0.7kg.m이 낮다. 그렇지만 모터 출력을 합산하면 하이브리드가 가솔린 모델보다 가속감은 오히려 더 낫다고 볼 수도 있다.



가속은 몸에 등이 쫙 달리 붙을 정도로 빠르지 않지만, 그래도 꾸준하다. 연비 위주로 세팅된 모델이라서 가속성능에 대해 별로 기대하지 않았지만, 굉장하지는 않아도 제법이다. 특히 스포츠 모드로 주행하면 스티어링 휠도 무거워지고, 반응도 빨라져서 에코 모드보다 시원한 주행이 가능하다.



제동감은 과거에 비해 많은 발전을 이뤄냈지만, 여전히 밀리는 듯한 느낌이 아쉽다. 실제로 크게 밀리지도 않는데, 단지 감성적인 부분에 있어서의 문제다. 밀리는 느낌은 하이브리드의 특성으로 받아들이고 안전운전을 한다면, 사실 일상에서 별로 신경 쓸 일도 없을 듯하다.



주로 고속도로와 지방국도에서 주행한 결과 연비는 리터당 15.4km. 연비 주행을 했거나 정속 주행을 했다면 당연히 복합연비보다 더 높은 연비를 기록할 수도 있었겠지만, 일반적인 운전자의 기준에서는 이 정도 연비가 현실적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솔린 모델은 리터당 12km 정도 기록하기도 빠듯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수입 디젤 차량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는 것이 좋겠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성능에 대한 변화가 사실상 없었다. 디자인에서 많은 변화를 보이기도 했고, 더 스포티해졌기 때문에 괜한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경험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별다른 특징도 없었다. 쏘나타는 그냥 무난한 게 특징이라면 절반은 성공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