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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GT카, 스팅어와 페라리가 같은 개념?

기아 스팅어가 24일 국내에 처음으로 출시됐다. 3.3리터 트윈터보 엔진을 얹어 4.9초의 가속성능으로 현재 시판 중인 국산차 중에서는 4~5명의 인원이 목적지까지 가장 빠르게 도착할 수 있는 모델이다. 이런 스팅어를 기아차는 GT카라고 소개했다.



빠른 속도로 장거리 주행에 적합하게 개발된 차량을 GT카 혹은 이태리어로 그란투리스모, 영어로는 그랜드투어러라고 부른다. 그래서 차량의 콘셉트를 더 부각시키기 위해서 마세라티에는 그란투리스모라는 모델이 있고, BMW에는 GT, 닛산은 GT-R을 직접적인 모델명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GT카는 장거리 여행에 적합하게 설계된 차량 중에서 고성능을 발휘한다면, 그 어떤 차도 GT카라고 불러도 어색함은 없다. 과거에는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애스턴마틴 DB9, 페라리 F12 베를리네타와 같이 시트만 네 개고 사실상 2인승이나 다름없는 2도어 쿠페들이 대표적인 GT카로 분류됐으나, GT카의 개념은 다소 포괄적이기 때문에 요즘은 4도어 쿠페나 패스트백 모델도 GT카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래도 아무 차나 GT카라고 부를 수는 없다. GT카라는 타이틀을 붙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조건이 필요하다. 가장 기본적으로 빠르면서 화물 적재공간이 넉넉해야 한다. 적어도 장거리 여행에 싣고 다닐 가방쯤은 거뜬히 적재할 수 있어야 하므로 대부분 엔진을 앞에 배치한다. 그리고 고성능 모델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전륜구동 GT카는 보기 어렵고, 모두 후륜구동과 사륜구동을 채택한다. 또 장거리 여행에 적합하도록 서스펜션 세팅도 본격 스포츠카들에 비해서는 다소 부드럽게 세팅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GT카들은 스포츠카들보다 공차중량이 조금 더 무겁고, 가속성능도 뒤처지곤 한다. 그래서 스포츠카들처럼 레이싱에 참여하려면 꽤 많은 부분을 손봐야 경기에 뛸 수 있는 최적화가 가능하다.




반대로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GT카들도 많다. 메르세데스-AMG에도 GT라는 모델이 있고, 닛산에도 GT-R이라는 모델이 있으며, 맥라렌에도 P1 GTR 이 존재한다. 이외에도 아우디 R8 GT, BMW M4 GTS, 벤틀리 콘티넨탈 GT 스피드, 애스턴마틴 밴티지 GTS 등 GT라는 모델명을 직접적인 모델명으로 사용하거나 서브네임으로 사용하는 고성능 차량들이 수없이 많다. 사실상 수퍼카라고 칭하는 것이 훨씬 더 어울릴법한 차량들이다.


그러나 이 차량들도 모두 GT카에 속한다. 기아 스팅어나 BMW GT를 연상해보면 같은 범위에 든다고 보기 어려워 보이기도 하지만, 이런 GT카들은 서킷에서 경기를 하기 위한 차량을 조금 더 편하게 개조하면서 GT카로 만든 경우인데, 이런 경우도 모두 GT카로 통용되곤 한다. 대신 구분을 조금 달리하기 위해서 그란 투리스모 레이싱라는 용어를 줄여 GTR 혹은 GTS라고 붙이는 경우가 조금 더 많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정통(?) GT카는 주로 우리가 알고 있던 고성능 쿠페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요즘에는 GT카라는 개념에 부합하기 위한 몇몇 조건만 충족되면 4도어나 5도어 타입이더라도 GT카라고 불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스포츠카라는 타이틀을 부여하기에는 애매하지만, 고성능에 실용성을 겸비한 차량을 한마디로 표현하기엔 이만한 용어가 없어서다. 메르세데스-AMG의 GT와 이름은 같지만 생김새가 완전히 다른 BMW GT만 봐도 그렇고, 기아 스팅어도 물론 마찬가지다.


어쩌면 GT카의 개념이 점점 더 흐려진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만큼 멋진 디자인에 실용적이면서 빠른 차량들도 증가하고 있어 다양한 선택권을 쥐게 되는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즐거운 일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