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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모아 보는 자동차 테마

일관성 없는 현대차 디자인, 정체성은 도대체 어디에?

자동차에 있어서 라디에이터 그릴은 앰블럼만큼이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수퍼카나 전기차 등 일부 차량을 제외하고는 전면부에서 라디에이터 그릴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도 하고, 눈에 띄기도 해서다. 그래서 많은 제조사와 브랜드들은 라디에이터 그릴에 모델명과 개성, 의미 등을 부여하고 브랜드화를 해내가고 있다.


국내 자동차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다. 쉐보레는 듀얼-포트 그릴이 대표적이고, 기아차는 타이거 노즈 그릴을 사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헥사고날 그릴에서 캐스캐이딩으로 변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크레스트 그릴을 메인 디자인으로 사용 중이다.



그런데 현대차의 그릴 디자인은 다른 제조사나 브랜드들에 비해서 변화가 너무 심하다는 지적이다. 헥사고날 그릴을 사용한 지 오래되지도 않았을뿐더러 전 차종에 헥사고날을 적용하지도 못한 채 새로운 캐스캐이딩 그릴로 변화를 시도했다.


캐스캐이딩 그릴을 처음 적용한 모델은 현대 i30 그리고 그랜저 IG가 연이어 캐스캐이딩 그릴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최근에 출시된 쏘나타 뉴 라이즈에도 캐스캐이딩 그릴이 적용됐다. 하지만 문제는 같은 캐스캐이딩 그릴임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i30의 캐스캐이딩 그릴은 육각형이다. 마치 위아래가 눌린 납작한 술잔 같기도 한데, 공식적으로는 용광로에서 녹아내리는 쇳물의 웅장한 흐름과 한국 도자기의 우아한 곡선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어쨌거나 헥사고날 그릴보다 차분하며, 고급스러운 완성도가 높아진 건 사실이다.



그랜저로 넘어와서는 i30에서 그릴 바깥쪽으로 붙어있던 크롬 장식이 갑자기 모두 안쪽으로 들어가 버렸다. i30의 그릴이 볼록했다면, 그랜저는 오목하게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그릴 안쪽도 가로선을 넣어서 더욱 차분해 보이게 했다.



i30와 그랜저는 그래도 비슷한 느낌이 나고, 차량의 성격에 따라 어느 정도 변형이 가능하다는 점에 있어서 수긍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쏘나타로 넘어와서는 갑자기 캐스캐이딩 그릴이 기형적으로 커지고, 모양도 흐트러진다. 아랫부분의 디자인은 비슷하게 떨어지지만, 상단부까지 함께 보면 완전히 다른 그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과거에 사용했던 헥사고날 그릴에 가깝다고 해도 될 정도로 일관성이 부족해 보인다.



일관성이 없는 것은 현대차뿐만 아니라, 제네시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독립을 하면서 가문의 상징하는 문양이라는 의미를 가진 크레스트라는 명칭이 공식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누구도 크레스트 그릴의 정확한 디자인을 알지 못한다.


EQ900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보면 그랜저와 유사하다. 그릴 하단부에 곡선이 사용되지 않은 것만 제외하면 매우 흡사하고, 심지어 하단의 긴 방향지시등까지 동일한 모습이다.



그래도 EQ900의 그릴은 완전히 육각형인데, G80에서는 다시 육각형이 아니라 사각형처럼 그릴 디자인이 달라진다. 차량에 맞게 조정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지만, 분명히 다르고, 특히 스포츠 모델의 그릴을 보면 차이는 더욱 심해진다. 물론 안쪽 부분을 제외한 가장자리에 한해서 말이다.



하지만 같은 이름을 사용하면서도 갑자기 완전히 다르게 바뀌어 버린 건, GV80 콘셉트의 그릴 디자인이다. 상단부가 짧고, 하단부가 일었던 그릴의 디자인이 대폭 수정되면서 육각형에서 오각형으로 바뀌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크레스트 그릴이라는 이름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공개된 제네시스 뉴욕 콘셉트의 그릴 디자인과 EQ900의 그릴이 아마도 제네시스 브랜드가 추구하는 크레스트 그릴에 가장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무리 차량들마다의 성격이나 개성을 고려한다고 해도 그릴 디자인이 이렇게 일관성 없이 수시로 변경된다면, 브랜드 정체성 확립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