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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국산 중형세단 최초 8단 장착, 현대 쏘나타 터보 시승기

현대 쏘나타가 새로운 디자인과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출시됐다. 이번에 출시된 쏘나타 뉴라이즈는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풀체인지에 가까운 변화를 갖는다. 특히 이번에 시승한 쏘나타 터보의 경우 변속기까지 변경되면서 가속성능과 효율성까지 개선돼 체감성능까지 소폭 향상됐다.




외관 디자인은 풀체인지급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전면부와 후면부를 정면에서 바라보면 완전히 신차나 다름없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기존 헥사고날 그릴에서 캐스캐이딩 그릴로 바뀌었는데, 그랜저와 i30에 비해서는 굉장히 더 과감해졌다. 그릴 안쪽은 G80 스포츠처럼 매쉬타입으로 바꿔 안쪽이 훤히 보이도록 하면서 고성능 차량임을 강조했는데, 성능에 비해 너무 과해 보이기도 한다. 또 헤드램프 안쪽과 범퍼 하단까지 크롬라인을 집어넣어 화려하게 꾸미기도 했다.



부분변경 모델인 만큼 측면에서의 디자인 변화는 역시 찾아보기가 어렵다. 18인치 휠의 디자인이 바뀌긴 했는데, 스포티한 느낌은 오히려 기존 디자인보다도 못하다. 타이어는 여전히 미쉐린 프라이머시 MXM4를 사용한다.



후면부의 디자인도 정면처럼 완전히 새롭다. 기존보다 훨씬 강해졌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졌다. 테일램프는 마치 이태리의 유명 수퍼카 브랜드 차량과 비슷해보이고, 그 테일램프는 크롬으로 감싸져 있어서 임팩트가 굉장하다. 대신 번호판은 트렁크에서 범퍼로 위치를 옮겼고, 그 테일램프 사이로는 쏘나타 레터링을 넣어 디자인을 조정했다. 또 범퍼 하단부는 디퓨저를 강조하고 머플러를 드러내 굉장한 고성능차량처럼 보이게 했지만, 실제 성능에 비하면 역시 과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또 후면부 디자인에서 트렁크 버튼을 앰블럼 속으로 넣어서 깔끔하게 처리한 부분은 아이디어가 놀라울 정도로 칭찬할만하다. 앰블럼 속으로 버튼을 넣은 덕분에 후면 디자인의 완성도가 크게 향상된 것 같다. 다만 번호판이 아래로 이동하면서 후방카메라의 위치도 함께 조정돼 불편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주차 시 기존처럼 넓은 시야 확보가 힘들어 답답하다.



실내에서 가장 큰 변화는 센터페시아다. 터치스크린의 크기가 8인치로 확대되면서 가시성도 향상됐다. 그러나 화면만 커지고 해상도가 개선된 것은 아니어서 화질이 좋은 편은 아니다. 또 센터페시아의 버튼들을 모두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처럼 바꿨다. 그래서 고급스러워 보이긴 하는데, 막상 조작해보면 조작감에서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 차라리 기존처럼 플라스틱이면 별 감흥 없을 텐데, 오히려 메탈 소재인 줄 알고 조작했다가 가벼운 조작감에 속았다는 느낌이 더 불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스티어링 휠이나 계기반, 페들시프트, 시트, 페달 등 그 외적인 부분은 여전히 만족스러운 편이다. 특히 주행모드 변경 버튼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버튼들은 매우 직관적이고, 그래픽 디자인도 우수해서 편의사양만큼은 프리미엄 브랜드와 비교해서도 뒤지지 않는다.


시승을 위해 스타트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굉장히 고요하다. 과감하게 바뀐 디자인을 봐서는 배기음도 굉장할 것 같은데, 정말 고요함 그 자체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가속페달을 밟아 출발을 하는데도, 이렇게 조용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정숙성을 자랑한다. 스포츠티한 디자인을 입혀놨는데, 정숙한 주행성능이라. 예상치 못한 전개에 갑자기 혼란스럽다.



그래도 가속페달을 밟으면 밟는 대로 가속이 이뤄진다. 간간이 엔진음만 들려오지만, 그래도 계기반의 속도 회전계는 12시 방향을 지나치고 나서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우측으로 꺾인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속도가 RPM 게이지만큼 빨리 올라간다. 변속 충격도 적고, 배기음도 없고, 엔진음도 조용한 편이어서 체감 속도보다 계기반상 속도가 훨씬 더 높기도 하다.



직진만 할 때는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별로 부담스럽지 않다. 하지만 코너가 많은 구간에 들어서면 스티어링 휠이나 하체에서 전달되는 느낌들이 여전히 가볍게 느껴진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렇게 가벼운 와중에도 크게 불안한 느낌은 기존보다 약간 개선된 것 같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조금 낫긴 나아졌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변속기다. 국산 중형세단 최초로 탑재된 8단 자동변속기는 DCT에 비해서 운전의 재미는 약간 떨어지지만, 그래도 가속성능이나 효율성 모두 동급 최고 수준이다. 과거 장기 시승을 했던 말리부 2.0 터보와 비교해도 변속기 성능은 훨씬 우수하게 느껴졌다. 스포츠 모드로 주행하면 RPM을 레드존 직전까지 최대한 활용하면서 변속을 최대한 늦추고, 고속에서 속도를 줄였다가 다시 가속을 하더라도 제법 반응이 빠르다.



당연히 연비도 매우 우수하다. 연비를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달리면 연비는 리터당 5km대까지도 떨어지고, 연료통도 크지 않아서 주유 게이지도 연비만큼 빨리 떨어진다. 하지만 에코모드로 주행하면 시속 100km에서도 8단이 맞물려 1500rpm을 간신히 넘는다. 속도를 더 올려도 정속 주행 상황이라면 rpm은 2천을 간신히 넘고 연비도 리터당 14.5km를 넘어선다. 왕복 300km 이상의 테스트였는데, 정말 극과 극의 연비를 보여줬다.



마무리를 지으려고 보니 시승기이긴 한데, 디자인 설명이 절반 이상이고, 시승과 관련된 내용은 절반도 안 된다. 변속기 외에는 마땅히 성능과 관련돼서 바뀐 게 없고, 디자인 변화에만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에 분량이 이상해졌다. 양해를 구한다. 총평을 하자면 디자인이 아무리 주관적인 영역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디자인이 성능에 비해서는 너무 과하고, 과하기 때문에 기대감을 앉고 시승을 하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굉장한 스포츠 세단을 기대하기보다는 쏘나타 터보도 일반 쏘나타와 같은 모델이지만, 조금 더 가속성능이 좋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8단 변속기로 인해 효율성까지 갖춘 모델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