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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쉐보레 신형 크루즈, 미국 내슈빌 주행체험기

신형 크루즈의 국내 출시가 17일로 바짝 다가왔다. 비록 짧은 시승이었지만 미국 내슈빌에서 쉐보레 크루즈를 미리 만나보고 그 소감을 전한다.



자동차는 모터쇼에서 본 것보다 야외에서 멋져 보이기가 힘들다. 야외에서는 모터쇼 현장에서처럼 각도나 색상 등을 고려한 조명이 없어서다. 시승 당일 내슐리의 날씨는 무척 흐리고, 비가 살짝 내리기도 했음에도 불구하고, 크루즈는 의외로 유채색과 무채색 등 모든 시승차들이 더 멋져 보였다. 물론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





앞서 모터쇼에서도 디자인 프리뷰를 했지만, 야외에서는 RS 모델과 나란히 세워두고 비교를 해봤다. 기본 모델은 LT 트림으로 풀 옵션은 아니다. 그래도 시각적으로는 16인치 휠이 장착된 것을 제외하면 프리미어(LTZ) 트림과 거의 동일하다. 안개등은 RS 모델에만 추가되고, RS 모델은 라디에이터 그릴이 더 크고, 디자인도 살짝 다르며, 고광택 블랙의 마감재를 사용해서 인상이 더욱 뚜렷해 보인다.





측면에서는 기본 모델의 윈도우 벨트에 크롬장식이 하단에만 있는데 반해 RS는 전체를 크롬으로 감쌌고, 도어 핸들마저도 크롬을 사용했다. 휠은 15인치에서 17인치가 기본인데, RS에는 18인치에 미쉐린 타이어가 장착됐다.




후면은 차분한 정도가 아니라 밋밋하고, 아반떼 HD와 분명히 다른데도 느낌적인 느낌이 너무나 유사하다. 이런 밋밋한 느낌을 지우기 위해서 트렁크 상단과 범퍼 하단에 라인을 넣어서 모양을 잡았지만 아쉬움은 여전하다. 그런 아쉬움은 RS 모델에서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다. 트렁크 상단으로는 립스포일러가 추가되고, 범퍼도 화려하게 바뀌는데, 오히려 조금 과해서 극과극의 모습을 보인다.



실내는 말리부의 축소판이다. 일단 기존모델에 비해서 실내가 아주 쾌적해졌다. 디자인적으로도 잘 풀어냈지만, 휠베이스가 2,700mm로 소폭 증가한 덕분이기도 하다. 실내 마감재로는 우레탄을 찾아볼 수가 없고, 모두 플라스틱으로 처리되었다. 그나마 대시보드와 도어 일부에는 플라스틱 위에 얇은 가죽으로 감싸고, 스티치를 넣어서 너무 격이 떨어지지 않도록 보완했다. 센터페시아는 고광택 블랙으로 포인트를 주었고, 에어컨 송풍구와 스티어링 휠 등에는 크롬을 넣었다.





실내에 수납 공간은 은근히 많은데, 도어 포켓의 깊이는 너무 얕고, 센터페시아 하단도 핸드폰 하나가 완벽히 들어가기에도 애매할 정도로 말리부처럼 공간이 여유롭지 못하다. 센터콘솔 역시도 아반떼에 비하면 약간 작은 편이지만, 그나마 글로브 박스의 크기는 넉넉하다.




계기반 디자인은 아주 깔끔하다. 중앙에 디스플레이를 넣은 건 말리부와 비슷하지만, 폰트나 디자인 자체가 더 깔끔한 덕분에 매우 직관적이다.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버튼들도 상단으로 몰려 있으면서 그룹별로 묶여있기 때문에 주행하면서 조작하기에도 부담이 없고, 편리하다.



이외에 자주 사용하지는 않지만, 사이드 미러 조절 버튼이 옆으로 붙어있어서 처음 조작하면 다소 헷갈린다. 앞 좌석에는 풀 옵션에도 통풍시트가 없으며, 뒷좌석에는 에어컨 송풍구도 없다. 반면, 사이드미러를 내려서 달았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적어졌고, 뒷좌석 헤드레스트 뒷부분은 값싼 플라스틱이 아니어서 햇빛이 비춰져도 반사가 심하지 않은 것은 소소한 장점이다.




또 시트에는 요추받침이 없지만, 장시간 탑승에도 크게 불편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설계부터 아주 잘 된 것 같다. 특히 과거에는 크루즈 뒷좌석이 정말 좁았는데, 신형은 동급 최고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여유로워졌다. 말리부도 뒷좌석이 굉장히 넓어졌는데, 크루즈도 마찬가지로 공간이 크게 늘어나 레그룸, 헤드룸이 모두 넉넉하다.



크루즈 시승에 앞서 처음 시승 장소까지는 여건상 트랙스를 동승했고, 시승 장소인 컨트리 뷰 마켓 인근에서도 트랙스를 먼저 시승해야 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크루즈의 주행성능이 더 크게 와 닿았다. 먼저 1.4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가속페달의 반응부터 다르다. 배기량이 같아서 트랙스와 같은 엔진이라고 예상하기 쉽지만, 크루즈에는 처음부터 완전히 다르게 설계된 엔진이 장착된다.



신형 1.4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저회전 구간의 토크가 좋기 때문에 가속페달을 밟아도 트랙스처럼 엔진 회전수를 올리면서 주행할 필요가 없다. 최대토크는 2천rpm 미만에서부터 쏟아져 나오고, 시승코스가 짧아 고속영역을 테스트하지는 못했지만, 테스트해본 100km/h 정도까지는 충분히 스트레스 없는 가속이 가능했다. 또 변속기에 대한 스트레스는 전혀 없으며, 변속 타이밍도 적절해서 세팅에 대한 노하우도 크게 발전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크루즈의 핸들링은 음식으로 표현하면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다. 현대 i30의 핸들링에 비해서는 오히려 가볍다는 느낌도 드는데, 실제로 코너에 진입하면 원하는 만큼 직관적인 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깔끔한 주행이 가능하다. 고속구간은 직접 주행하지 못했지만, 다른 시승 참가자들에 의하면 고속 주행에서 스티어링 휠이 가벼워지는 경향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크루즈는 R-EPS를 사용하지만, C-EPS와의 뚜렷한 차이를 느끼긴 어렵다. 대신 내구성 측면에서는 확실히 유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복적인 제동테스트는 하지 못했지만, 제동력은 일단 앞쪽으로 상당히 쏠려 있는 편이어서 살짝만 밟아도 잘 멈춰 선다. 고속주행 시 동승석에서 느낀 서스펜션의 감각은 특별히 가볍거나 불안함은 전혀 없었고, 안정적인 느낌을 유지했다. 그렇지만 미국이기 때문에 격한 와인딩 코스는 없었으므로 이 부분은 추후에 기회가 닿으면 다시 점검해봐야 할 듯하다.

 



지도상 시승코스는 충분히 길었다. 그러나 트랙스가 포함되어 있었고, 실제로 크루즈만 시승이 가능했던 구간은 매우 짧았기 때문에 디자인 리뷰와 체험기 정도로 마무리한다. 그래도 신형 1.4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의 개선된 성능은 매우 인상적이었고, 동승석도 스트레스 없이 편안했으니 국내 출시 차량 역시 기대해보는 것이 좋겠다.